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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일기

백수일기_04: 여의도 스벅, 길냥이

백수일기

04

 

 

 

오늘은 컴활공부데이

유메잌마데이데이

 

늘 공부하러 당산역 쪽 스벅/주커피를 맴돌았는데

주말에는 여의도에 사람이 없다는 언니의 조언에 따라

여의도에 있는 스벅에 갔다

 

사람도 적당히 있고

다들 공부/작업을 하고 있고

조용하고

좋아

근데 18:00까지 운영

ㅎ,,,

다시 당산 컴백했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괜찮다

최고기온 갱신이라는데

습하고 온도 낮은거보단

안 습하고 온도 높아서 그늘 들어가면 바람불고 시원한 날씨가 최애다

가을햇빛 냄새나는 바람도 좋아좋아

이제 진짜 가을이 오나봐~~예~~

 

 

이런 날씨에는

윤종신 동네한바퀴 들어주야지

뮤비도 있었네;;;;;;;;;;

 

 

 

 

 

+

 

 

 

 

오늘 처음 길냥이에게 밥을 줬다. 당산으로 돌아와서 집 근처 영등포 평생학습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골목 한 가운데에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골목 한 가운데. 고양이가 그렇게 대놓고 길 가운데에 앉아있는 모습은 처음이어서 주인이 있는 고양이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근처에 주인이 없는거다. 뭐 고양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렇게 길 가운데에 앉아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애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망설임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너무나도 정확히 쳐다보면서 다가와서 당황스럽고 이런게 간택인가 하고 설레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애가 눈도 퀭하고 자세히 보니 배도 홀쭉하다. 배고픈거였다. 얼마나 배고팠으면 길고양이가 길 한가운데에 앉아있었을까. 다행히 바로 앞에 편의점이 있어서 들어갔다.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길냥이에게 밥을 준 적은 없다. "길냥이 참치" 로 검색을 해보니 급하면 참치를 줘도 되지만 사람이 먹는 음식이라 염분이 많으니 되도록이면 주지 말라는 글이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참치를 샀다. 혹시라도 없어졌을까봐 맘 졸이며 나왔는데 다행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캔을 따서 놓아주니 바로 앉아서 먹는 모습이 짠했다. 할짝거리는 고양이를 보면서 주위를 둘러보다 바로 그 자리가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자리라는 걸 알았다. 물그릇 같이 보이는 빈 그릇도 있길래 물도 채워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고양이를 지켜보던 자리가 사람들이 밥을 놔주는 자리여서 그렇게 망설임도 없이 내게 다가온 모양이다. 먹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다시 영등포평생학습관으로 향하는데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가 진짜 저 애한테 도움을 준 게 맞을까, 참치를 먹고 잘못되는 건 아닐까, 밥 주던 사람이 이사를 갔나, 그래서 밥을 못 먹고 또 길 한가운데에 앉아 있으면 어쩌지. 나에게 다가오면서 나를 똑바로 쳐다보던 그 두 눈이 생생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데도 약간은 무섭기까지 했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여건만 되면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면서도 정작 고양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하는지 하나도 모르고 있는 내가 부끄러웠다. 고양이가 내게 줄 기쁨만을 생각했지 그에 따른 책임감은 잊고 있었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은 짐작도 못할만큼 어마어마한 무게를 가지고 있을 거다. 뭔가 마음이 무거워지넹


 

 

 ++


다 먹었는지 어쨌는지 걱정되서 공부하고 나서 다시 가보았는데

테두리 쪽에 있는 건 먹기 힘들었는지 테두리 쪽만 빼고 다 먹었다!
이쁜 아가 또 만났으면 '0'